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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테비에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이 사랑하던 아나텝카를 떠나야 하는 운명에 놓입니다. 이전에 막내딸 차바(Chava)가 러시아인 프예드카(Fyedka)와 결혼하며 겪었던 갈등이 일단락된 직후, 관청에서는 유대인 마을 전체에 “두 시간 내로 떠나라”는 강제 이주 명령을 내리죠. 테비에 일가(一家)는 허둥지둥 짐을 싸고, 사랑하는 물건과 생활도구를 수레에 싣느라 분주해집니다. 중매로 결혼한 차이텔과 모텔 부부, 싱글로 남은 넷째·다섯째 딸 슈프린체·비엘케, 그리고 테비에 부부(골데와 테비에)는 각기 짐을 챙겨 마을 광장에 모여들어요. 그동안 떨어져 있던 아들뻘의 가브릴릭(Perchik)은 시베리아 수용소에 갔던 홀델(Hodel)과 이미 함께 있었고, 이 화면 속에는 딸 홀델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둘의 운명은 묘하게 겹쳐 있습니다. 이동 준비가 끝나자 관청 관리들이 마을 곳곳에 나타나 짐칸마다 이름표를 붙이고, 짐을 실을 방향을 지시합니다. 잠시 후 테비에는 고개를 들어 지붕 위에 숨어 있던 바이올린 연주자를 발견하고 “어서 내리시오, 같이 가야지!” 하고 소리치지만, 연주자는 수레 위를 폴짝폴짝 뛰며 도망가 버립니다. 테비에는 “그래도 어딘가에 좋을 데가 있을 거야”라며 애써 위로하고,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자기 집터를 돌아봅니다. 수레들은 하나둘 출발하고, 마을 전체가 서서히 텅 빈 들판만 남긴 채 사라집니다. 테비에 가족이 탄 수레가 천천히 움직이는 사이, 배경에선 희망과 슬픔을 오가는 관현악 선율이 흐르고, 테비에의 독백이 잔잔히 흐릅니다. “우리에게 전통이란, 불안정한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다가도 언제든 새로운 땅으로 움직여야 하는 삶이 아니겠소?” 끝으로 지도자가 “어느 길로 가겠나?” 묻고, 테비에는 “왼쪽은 미국, 오른쪽은 팔레스타인, 직진은 러시아”라고 가볍게 손짓하며 대답합니다. 그리하여 화면은 점점 멀어지고, 끝내 비어 버린 아나텝카의 집들과 텅 빈 길, 그리고 먼 곳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레 행렬을 비추며 막을 내립니다. 관객은 테비에 일가가 낯선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전통과 가족을 지키려는 그들의 의지는 변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며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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